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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the editor

십이월

언젠가 제뉴어리, 디셈버 하며 이야기를 하다가 야단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한국말을 두고 영어를 썼다고 들은 야단은 아니었지요. 한국, 티베트, 영어권의 새해에 대해 티베트 스님과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음력, 양력에 티베트력까지 나오면서 손가락을 꼽아가며 달수와 날수를 새는 중이었습니다. 여러 번 주고 받아도 영 이해가 되지 않아 서로가 답답한, 좋은 분위기가 굳어가던 그 때 스님이 말씀하셨지요. 너는 왜 제뉴어리, 디셈버 하냐고. 제뉴어리나 디셈버는 음력과 티베트력에 걸맞는 지칭이 아니라고.

열두 번째 달입니다. 지구라는 세계에서 두루 쓰고 쓰이는 달력에서 열두 번째입니다. 그리고 어제는 동지였지요, 절기로. 동지라는 말에 이제 낮이 길어지겠네라는 아홉살의 말에 아!하며 말이 아닌 뜻을 만났습니다.

오래 전 십이월의 기록이 있습니다.

십이월

이름 붙여지지 않아도 인생의 십이월도 다가올 것이다. 이름 없이 예고 없이. 그 때에 이 귀중한 순간들을 후회하지 않도록, 진실할 시간은 충분했었다고 안타까워하지 않도록 촌음을 아껴 쓸 일이다.

십이월. 옥스포드에서 선생님을 처음 뵌 겨울. 떨리는 마음으로 그 분의 눈동자를 마주친 달. 춥고 찌푸린 정도 만났었고. 라마와 따뜻한 차도 많이 나누었고.

십이월엔 지리산 스승이 계시던 그 곳에서 머물던 나날들. 지워지지 않는 현재로 살아 숨쉬는 만남들. 왜 진실을 두려워하는가? 노력하되 이루어지지 않는 것들은 그 노력으로 이미 완성임을 받아들여야하리. 

지금 이 겨울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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